부당이득의 성립요건

대한민국 민법 채권편에는 부당이득(不當利得, Unjust enrichment)에 관하여 규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부당한 이득을 얻은 경우에 대한 내용인데, 민법이 말하는 부당함은 일상에서 말하는 그것과는 다소 다릅니다.

부당이득에 대한 학설은 그 양이 적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는 생략합니다. 학계에서 제시되는 부당이득제도의 근거는 크게 다수설인 통일설과 소수설인 비통일설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통일설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당이득을 하나의 통일된 관념으로 이해하는데, 그 바탕에는 공평과 정의가 깔려 있습니다. 재산적 가치의 이동이 공평과 정의에 반하여 발생한다면 그 귀속된 가치는 반환되어야 하며, 이러한 조정을 위하여 부당이득제도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2. 비통일설은 상이한 유형의 부당이득들의 공통된 기초를 제시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부당이득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서 이해하려는 입장입니다.

대한민국의 민법은 통일설을 바탕으로 제정되었으나, 학계에서는 계속해서 논의가 이루어지며 점차 두 학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입니다.

제4장 부당이득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제741조를 살펴보면 부당이득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으로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
    법률상의 원인이란 수익자(이득을 얻는 자)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권원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예로는 착오로 인하여 잘못된 계좌번호에 송금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돈이 입금된 계좌의 주인은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지만 이것은 변제, 증여 등의 원인이 없이 발생한 이익인 것입니다.

  2.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한 이득
    타인의 재산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이미 현실적으로 타인에게 귀속된 것 뿐만 아니라 미래에 당연히 타인에게 귀속되어야 할 부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판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득은 실질적인 이득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법률상의 원인 없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이를 사용·수익하지 못하였다면 실질적인 이득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부당이득반환의무 역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이때 수익은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생긴 것으로 족하고, 수익자의 수익의사 유무는 부당이득의 성립에 무관합니다.

  3. 타인의 손해
    손해는 재산적인 것만을 의미하며, 정신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 구체적 손해만을 포함한다는 의미는 아닌데, 예를 들어 타인 소유 토지에 승낙 없이 시설물을 설치하며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손해는 사회통념상 당연히 손실자에게 귀속되었어야 할 것이었던 부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며, 이러한 손해는 반드시 수익자의 이득과 인과관계를 형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의할 점은 이러한 요건을 모두 만족할 경우에 부당이득과 그로 인한 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발생했지만 그와 결부되어 타인에게 어떠한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부당이득이 아니게 됩니다. 반면 수익자의 이득과 관련하여 타인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도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부당이득이 아닙니다. 아래에 한 가지 예시가 있습니다.

A는 B에게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여 B에게 송금하였고, B는 이를 아무런 의심 없이 수취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추후에 A의 횡령 사실을 파악한 회사는 B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경우 B에게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을까요?

결론은 B가 변제 대금의 출처를 알고 있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B가 타인(회사)의 재산으로 인하여 그의 손해와 결부된 이익을 얻었음은 다툼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 이익에 법률상 원인이 없느냐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해당 이익의 법률상 원인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채권의 변제로, A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는 원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채권자인 B가 악의이거나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경우 금전의 취득은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다고 볼 수 있으나, 단순한 과실만으로는 A의 변제는 유효하고 B의 이익에 법률상 원인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